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말하는 걸 꽤 어려워합니다. 친한 친구에게도, 가족에게도,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도요. “말해봤자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.”, “괜히 민폐일까 봐.”, “어디까지 솔직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서.” 우리는 이 문제를 너무 자주 목격했습니다.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. “그냥 털어놓기라도 할 수 있는, 부담 없는 공간은 없을까?” 그 단순한 물음이 무명소의 출발점이었습니다. 그래서 오늘 인터뷰에서는 무명소 팀이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해왔는지,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‘마음을 흘려보내는 공간’을 만들고 있는지 솔직하게 들어보려 합니다.

▲ 무명소 브랜드 디자이너 JAM
🅠 안녕하세요 JAM, 무명소 브랜드 디자이너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.
🅐 한마디로 표현하면 참 좋을텐데 늘 어렵습니다. 브랜드 디자이너는 조직의 정체성과 선택 기준을 설계하는 사람이예요. 존재하는 이유를 해석하고, 그 이유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입니다.
🅠 무명소는 어떻게 시작된 서비스인가요?
🅐 사실 처음엔 다들 비슷했어요. “마음 털어놓는 앱? 이미 많잖아?”, “이걸 왜 우리가 만들어야 하지?” 근데 조금만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졌어요. 사람들은 고민 상담을 원하는 게 아니었어요. 그냥 마음을 꺼내 놓을 수 있는 ‘조건’을 원했어요. 누가 판단하지 않는 환경, 부담 없는 익명성, 그리고 안전하게 오래 머물 수 있는 문장들.그 조건을 가장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형태가 저희에겐 ‘익명 기록’이었어요.
🅠 왜 익명으로 했나요?
🅐 익명이라고 하면 흔히 공격적이고 무책임한 말들을 떠올리잖아요? 근데 우리가 본 현실은 조금 달랐어요. 사람들은 책임을 피하려고 익명을 쓰는 게 아니라, “솔직해지기 위한 마지막 보호막”으로 익명을 쓰고 있었어요. 보호막이 있어야 마음이 드러나고, 마음이 드러나야 서로 연결될 수 있고, 그 연결이 있어야 고립이 풀리거든요. 저희는 그 과정을 정말 진지하게 바라봐야 했어요.
🅠 무명소의 브랜드 키워드(진실된, 해방된, 고백적인)는 어떻게 정해졌나요?
🅐 세 키워드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경험을 가장 본질적으로 설명해주는 언어예요. ‘진실된’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, ‘해방된’은 마음을 짓누르는 무게로부터 잠시 벗어나게 하는 기능적/정서적 경험, ‘고백적인’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에게서 흘러나오는 언어를 뜻합니다. 이 세 가지가 만나면 사용자는 ‘심리적 안전감’을 느끼고, 그 안전감 위에서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내어놓을 수 있어요. 브랜딩은 결국 경험을 통해 감정이 만들어지도록 설계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 키워드들은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.
🅠 무명소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다면요?
🅐 저는 항상 “이 결정이 사용자를 존중하는가?”를 먼저 봐요. 무명소는 마음을 다루는 서비스라서 조금의 어긋남도 누군가에게 상처로 돌아올 수 있거든요. 그래서 기능·문구·화면 하나를 바꿀 때도 그 변화가 사용자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끝까지 상상합니다. 브랜딩은 결국 윤리의 문제라고 생각해요. 제가 정한 기준은 그거예요. ‘우리는 사용자의 마음을 이용하지 않는다. 우리는 마음을 위한 조건을 설계한다.’ 그게 제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.